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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다이어리제주]21살 뚜벅이의 제주도보름살기(수지篇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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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왓뉴스 = 여수진 기자, 한수지 시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3월, 가족들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 앞으로 다가올 취업이라는 무게가 나를 짖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코로나19로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렇게 애써서라도 나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보고 싶었다. 매일 저녁 과자 한봉지 들고 보던 석양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주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조금은 느리게를, 그리고 나눔을 배우게 됐다. 이번 나의 제주 여행은 그 어떤 수업보다도 값졌다. 제주도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해 본다.

 

제주 4일차 (#외돌개 #황우지해안)

 

오늘은 날이 맑은 날, 느즈막히 일어나 외돌개로 향했다. 삼매봉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가는 길에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부터가 가슴을 마구 설레게 한다. 푸른 나무들 틈에 가득 찬 파란 빛깔이 영롱하다. 바다가 너무 가까워서 수평선이 내 눈높이에 있다. 파도가 세게 치면 나에게 쏟아져 내릴 것 같다.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외돌개로 향하는 산책로가 나온다. 얼마 걷지 않아 전망대가 나온다. 이렇게 파랗고 넓은 바다를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광활한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보다는 ‘해양’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넓게 펼쳐진 바다에 자동으로 두 팔을 벌리게 된다. 한국에서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동시에 한국에도 이런 바다가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를 생각하며, 그제서야 외돌개를 마주한다. 정말 신기하게 우뚝 서 있다. 바다와 산을 지키는 큰 등대라도 되는 듯 꼿꼿이 서서 바다를 등지고 있는 모습이 우람하다. 한 여행책에서 외돌개를 보고 외로움을 느꼈다는 글을 읽었는데, 날이 맑아서였는지 내가 본 외돌개의 모습은 달랐다. 파랗고 푸른 바다와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 싸여있지만, 보호받는 느낌보다는 되려 그들을 수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굉장한 지조가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외돌개를 지나 황우지 해안으로 가는 길, 아름답기로 소문난 올레 7코스에 해당한다.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 그 소리가 들리고 몇 초 뒤 나를 장난스레 휘감고 가는 바람을 만끽하다 보면 평소 등산을 싫어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 가고 어느새 산과 하나가 된다. 바람 소리는 꽤 먼 곳부터 들려온다. 바람도 준비할 시간을 준다. 단, 그를 알려 줄 나무가 있을 때.

 

 

걷다 보면 폭풍의 언덕이 나온다. 이름이 거창하다. 바닥이 모두 돌이다. 바람이 정말 세다.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분다. 절벽 끝까지는 무서워서 가볼 수조차 없다. 말 그대로 폭풍의 언덕이다. 하지만 그 위에서 보는 풍경을 고작 바람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자유다!!!”를 목 놓아 외치고 싶어진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뜨문뜨문 솟아난 섬들. 그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어, 하며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맞선다. 

 

 

폭풍의 언덕을 지나 더 걸으면 황우지 선녀탕으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무척 높다. 내려가려는 다짐 자체가 큰 도전이다.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내려다보면 별거 없어 보인다. ‘이거 언제 다시 올라가나’ 하는 걱정이 들 때쯤 아래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인다. 힘듦은 씻은 듯 사라지고 빨리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만 남는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도 무시한 채 열심히 계단을 끝까지 내려가면 이내 눈 앞에 펼쳐지는 맑고 맑은 바다. 내가 선녀였어도 이곳에 내려왔겠다 싶을 정도로 반짝거린다. 몇몇 패기 넘치는 청년들은 아직 덜 데워진 바닷물에 뛰어들어 수영하고 있고, 그 젊음의 찬란함은 배가 된다.

 

바위를 헤치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매력이 배가 된다. 바위 골 사이로 철썩이는 파도가 애니메이션 같다. 찰랑거리며 살금살금 들어온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들리는 소리가 어느 무엇보다 시원하다. 쏴-하고 뱉어내는 소리가 조금은 까칠하게, 그래서 그 맑은 바닷물이 더 천연덕스럽게 느껴진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판판한 돌을 찾고 그 위에 자리를 잡는다. 쨍쨍 내리쬐는 햇살과 바다가 만나 일렁이는 윤슬이 미치도록 눈부시다. 감히 나는 눈을 뜨고 볼 수도 없을 만큼 반짝인다. 그를 반사판 삼아 하늘은 더 파랗게 빛난다. 어울리는 노래를 찾아서 내 눈앞의 그림을 눌러 담으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잠깐만 한 눈을 팔아도 뛰어들게 될 것 같다. 맑고, 빛나고, 찬란하다. 바위와 해와 물에 둘러싸여 그를 마주할 수 있음이 감사하다. 자잘하게 들려오는 물장구 소리에 주변의 소음이 모두 묻힌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우리의 만남에 방해되는 것들은 모두 치워주겠다는 배려인지, 지금 내 눈앞에 일렁이는 바다 외에 다른 무엇도 생각나지 않는다.

 

 

얼이 빠져 더 이상의 일정을 생각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간다. 바다 자체로 충분한 하루이다. 하와이도 오키나와도 부럽지 않다. 그 에메랄드 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주 5일차 (#사계해안 #카페 뷰스트)

 

 별다른 일정 없이 숙소에서 30분 거리의 사계 해안에 위치한 카페를 가보기로 한다. 하늘은 맑지만 바람이 요란하게 부는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사계어촌체험어장 정류장에 내리니 방파제가 길게 펼쳐져 있다. 그 인도를 걷다 보면 카페 뷰스트가 금방 나온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이루어진 카페이다. 귀여운 돌하르방이 입구를 지키고 있고, 깔끔한 흰색 외벽이 맑은 바다와 잘 어울린다. 아기자기한 빵이 많다. 기본 빵 종류부터 제주도를 담은 디저트와 케이크까지. 음료 종류도 다양하다. 1층에는 좌석이 없고 지하 1층, 2층, 3층 실내와 루프탑에 좌석이 있다. 3층엔 포토존이 있다. 어디에 앉아도 넓게 뚫린 통유리 창 너머로 바다가 잘 보인다. 나는 2층 유리 앞 긴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너머엔 빈백 좌석이 있다. 공간 활용을 정말 잘 했다. 유채꽃 스콘과 귤 라떼를 주문한다. 스피커에서는 적당히 유명한 팝이 흘러나온다. 깨끗한 창 너머의 사계 해안이 아름답다. 책을 읽다 바다를 보고, 바다에 관한 글을 쓰다 바다를 보고,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부드러운 말만이 오간다. 

 

 

 카페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전, 앞의 바다로 나가본다. 5일 내내 바다만 보면 질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바다는 바다마다 다르고, 날마다 다르다. 그 날의 사계 해안은 흰 리본을 꽂은 아가씨, 혹은 반바지에 베레모를 쓴 청년. 제법 크게 부는 바람에도 그래도 바람이 부니 조금은 움직여볼까, 하는 모양새로 파도가 엷게 친다. 황토 빛의 암석해안과의 조화도 아름답다. 베이지색 티셔츠에 청색 바지가 잘 어울리는 것은 자연의 지혜였으리라. 저 멀리 빨간 등대도 통통 튄다. 그 바다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화가가 공들여 그린 그림처럼, 그 풍경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해가 지는 모습도 아름다울 것 같지만, 나는 해가 지면 5분 이상 걷지 못하는 겁보이므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목도 소소한 돌담과 유채꽃 천지, 노래도 불러보고, 시도 읊어보며 인적이 드문 그 길을 외롭지 않게 룰루랄라 걸어본다. 뉘엿뉘엿 지는 해가 쨍쨍한 한낮의 해보다 더 따뜻하기도 하다.

 

제주 6일차 (#용머리 해안 #올레길 10코스)

 

웅장한 풍경이 보고 싶어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다. 산방산 정류장에서 내려 유채꽃으로 둘러싸인 길을 내려오면 용머리 해안 매표소가 나온다. 오후 5시까지만 관람이 가능하고, 기상 상황에 따라 입장이 제한될 수도 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왼쪽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나왔다. 한 입구에 두 갈래 길이 있는 거라서 어디로 들어가도 통한다. 입장료를 내고 왼쪽으로 입장하자마자 그랜드 캐니언을 닮은 암벽이 높게 펼쳐져 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새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절벽으로 이어진 해안선이 거칠다.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 같다. 층층이 쌓인 갈색 암벽이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나를 압도한다. 길을 따라 걸어본다. 중간중간 사람이 놓은 돌다리도 보인다. 산방산과 해안선이 함께 나오는 한 꼭지가 포토존이다. 코스가 꽤 길다. 너무 큰 풍경 안에 들어와 있으니 움직인다는 느낌도 안 든다. 노래를 들으며 부지런히 걷다 보면 설쿰바당 해수욕장이 보인다. 바다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보는 것도 재미이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반대쪽 입구로 나온다. 

 

 

매표소 옆의 깔끔한 카페 커피스케치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선다. 용머리 해안에서 올레길 10코스를 따라 40분 정도 걸으면 내 숙소가 있는 화순 금모래해변이 나온다. 주황 파랑 리본을 잘 따라 걷다 보면 지도 없이 길을 찾는 여행 박사가 된 기분이 든다. 중간중간 주황 파랑 화살표 표시가 세워져 있는데, 내가 따라가던 방향이 주황색이면 주황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고, 파란색이면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용머리 해안에서 하멜 기념비 쪽으로 올라가다 올레길 리본을 따라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된다.

 

해안을 조금 멀리 끼고 잘 정리된 오솔길로 걷는다. 주변이 꽃과 풀로 가득하다. 걷다보면 며칠 전 들린 황우치 해변이 나온다. 원앤온리 카페도 지난다. 올레길 코스가 그 해변을 가로지르게 되어 있어서 바위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편한 신발은 필수이다. 해변을 지나 더 걷다 보면 길이 산길로 이어진다. 풀숲을 헤치고 언덕을 오르다 보면 갑자기 등산을 하게 된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곧이어 내리막길이다. “휴, 다 지났군!”하고 손 부채질을 하며 조금만 더 걸으면 썩은다리가 나온다. 언덕 이름이다. 계단이 높다. 아주 높다. 겉옷까지 벗고 계단을 올라 위에서 보는 풍경은 다행히도 멋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꽤 미끄럽고 가파르다. 불편한 신발로는 절대 걸을 수 없는 길이다. 그 이후로는 평지이다. 바다가 어느새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걸어 걸어 숙소에 도착해 몸을 뉘인다. 좋았던,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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