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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다이어리제주]21살 뚜벅이의 제주도보름살기(수지篇③)

[제주왓뉴스 = 여수진 기자, 한수지 시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3월, 가족들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 앞으로 다가올 취업이라는 무게가 나를 짖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코로나19로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그렇게 애써서라도 나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를 보고 싶었다. 매일 저녁 과자 한봉지 들고 보던 석양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제주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조금은 느리게를, 그리고 나눔을 배우게 됐다. 이번 나의 제주 여행은 그 어떤 수업보다도 값졌다. 제주도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해 본다.

 

#제주 7일차 (화순금모래해변)

 

올레길의 여파로 오늘은 쉬어가기로 한다. 전에 소개한 ‘식과 함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내 오랜 로망을 이루러 노트북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제주에 많은 건 돌, 바람, 여자, 그리고 공용 와이파이이다. 오지가 아닌 올레길 코스에는 무조건 있는 것 같다. Jeju wifi에 접속해 몇몇 약관에 동의하면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연결 속도가 나쁘지 않다. 5시 쯤 금모래 해수욕장으로 나가 노트북으로 넷플릭스에 접속한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하고 영화 ‘비포 선셋’을 재생한다. 영화 화면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열 아이맥스 부럽지 않은 시야이다. 아직은 3월의 바닷바람이 차가워 영화를 반 정도 보고 집으로 들어간다. 공간을 기억에 남기는 방법에 음악, 향기, 사진에 이어 영화가 추가된 순간이었다.

 

 

#제주 8일차 (돈내코 원앙폭포 – 서귀포 올레시장 – 제주 약수터)

 

제주도 여행 책에서 서귀포 쪽을 읽던 나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곳이 있었다. 바로 ‘돈내코’! 물감을 풀어 놓았다는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영롱한 물빛이 말이 안 됐다. 숙소에서 버스로만 1시간을 움직여야 하는 거리였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돈내코 유원지를 찍고 걷다 보면 돈내코 관광안내소 건너편에 산책로 입구가 보인다. 산 안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와 당황하게 된다. 나는 아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곧이어 패닉에 빠졌다. 계단이 말도 안 되게 높고, 중간부터는 계단이 있지도 않았다. 편한 옷 편한 신발은 필수이다. 그렇게 열심히 계단을 내려갔는데 내가 책에서 봤던 그 그림이 아니었다. 폭포는 있지도 않았다. 길을 잃은 줄 알고 좌절하려다가 다시 올라와 다른 길을 봤더니 ‘원앙폭포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숨을 돌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시원한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김동률의 출발이 머리에서 자동으로 재생된다. 걷다 보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고, 이번엔 진짜다, 하고 내려가면 점점 더 폭포 소리가 가까워진다. 내려가는 계단이 내가 제주도에서 만난 그 어떤 계단보다 가파르고 많다. 하지만 쏴아- 하는 소리를 따라서 홀린 듯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나무 사이로 반짝거리는 물빛이 보인다. 헤매고 찾아서 더 아름다웠던 돈내코, 원앙폭포였다. 내가 갔던 날은 날이 아주 맑지는 않아서 책에서 본 것처럼 에메랄드빛까지는 아니었지만, 가장 수심이 깊은 곳도 그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이끼 낀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크진 않지만 시원시원하다. 어디서 이렇게 맑은 물이 끝없이 떨어질까, 그리고 이렇게 모여있는데 맑을까 생각하며 바위에 앉아 시원한 산 공기를 마신다. 시원한 산 공기와 청아한 계곡물,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앉아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날이 더 맑았더라면 더 좋았겠다, 생각하려다가 다시 오게 될 것 같다는 예감에 급하게 아쉬움을 기대로 바꾼다. 마음이 끝없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젊음의 샘물이 따로 없다.

 

 

611번 버스 시간표를 보고 시간을 맞춰 나와 버스를 타고 올레시장으로 향한다. 30분 거리에 있다. 3년 전쯤 와본 기억이 있다. 여전히 볼 게 많다. 사실 시장이라 하더라도 명동거리나 다름없는 먹거리들이 즐비한 시장들이 있는데, 올레시장은 확실히 제주의 특색을 담고 있다. 나는 이것저것 먹지 않고 바로 마농통닭을 사서 ‘제주 약수터’로 향한다. 제주 약수터는 제주에서 만든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곳으로, 우리가 아는 제주 맥주 말고도 시중에서 볼 수 없는 맥주들이 많다. 맥주 이름도 올레길, 백록담처럼 제주의 지명을 딴 것들이 많다. 팀당 세 가지 맥주 테이스팅이 가능하고, 페트 병에 포장도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시장에서 산 안주를 가져와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입에 제주도를 통째로 넣는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올레길 맥주를 주문했다. 천혜향 착즙액이 들어가 상큼, 청량,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하고 톡 쏘는 맛이 치킨과 잘 어울렸다. 매장은 넓지 않은 편이지만, 올레 시장에서 맥주가 땡긴다면 제주 약수터를 고민 없이 추천한다.

 

 

#제주 9일차(안티고라운지)

 

어제 멀리 다녔으니 오늘은 쉰다. 늦은 시간에 일어나 바람을 뚫고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인 화순리의 카페 ‘안티고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카페이기도 하고, 서핑 편집샵이기도 하다. 공간이 넓은데 좌석이 꽉 꽉 들어찬 느낌은 아니다. 공장 느낌이 나기도 하고 옛날 목욕탕 느낌이 나기도 한다. 큼직큼직한 식물이 멋들어진다. 단독건물이라서 여유로운 분위기가 넘친다. 시그니처 메뉴인 울루와뚜 라떼를 주문한다. 블루 큐라소를 아래 깔아주고 그 위에 우유, 에스프레소 샷을 쌓은 메뉴이다. 섞기 전의 비주얼이 발리의 울루와뚜를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외돌개 라떼, 박수기정 라떼여도 괜찮았을 텐데, 아 좀 웃긴가. 맛은 단 라떼맛. 커피맛이 나쁘지 않았다. 카페 곳곳의 창으로 햇살이 정말 잘 든다. 햇살 맛집이다. 가사 없는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한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깨끗이 걷힌 하늘을 보고 오늘 노을이 참 예쁘겠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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