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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제주]비와 함께 도착했던 제주도 "그래서 더 좋았다"

[제주왓뉴스 = 김서영 시민기자/여수진 기자감수] 대학생 때 처음 방문한 제주도의 감동을 잊지 못해 1년에 한번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김서영 씨. 친구들과 함께 했던 제주도는 이제 혼자 여행하는 것이 편해졌다. 제주와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이 5번째 제주여행이다. 어쩌면 이번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녀. 왜일까?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6월16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에 도착했다.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라 오기 전 많은 준비를 하고 왔다. 꼭 들러야 할 곳들 빼곡하게 적어놨다. 설레는 기분을 억누르며 냉정히 꼭 가봐야할 곳을 추렸다. 걱정거리는 단 하나였다.

 

날씨.

 

일기예보상에 비가 온다고 한다. 심지어 장마란다. 겨우 2박3일 일정인데 있는 내내 비가 올 것이란다. 힘들게 빼낸 연차라 일정을 미룰 수 없다. 기상청 일기예보가 들어맞은 적이 있던가. 구라청 아니었던가. 변화무쌍한 제주도 날씨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제주도는 나를 반겨줄 것이다.

 

 

기상청은 정확했다. 나를 반겨준 것은 제주도 장맛비였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년 만에 온 제주도. 지난 여행 때처럼 맑은 하늘과 몽글몽글한 구름, 청량한 파란 바다를 머리 속에 그리며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잿빛 하늘에서는 굵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비는 내가 서울로 돌아가는 날까지 온단다.

 

터덜터덜 버스에 올라 호스트와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40분이 넘게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하늘은 여전하다. 맑아질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내리는 비에 젖어 더 검어진 구멍 난 현무암은 내 마음 같다.

 

 

"이렇게 비가 와서 어쩌죠? 어디 나가기 힘들겠어요? 그런데 제주도는 비가 와도 좋아요”

 

호스트가 위로한다. 하지만 먹히지 않는다. 제주도 실내 관광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저런 박물관들이 있는데 대부분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내가 가본 곳은 장사를 위한 구색갖추기 세트장 정도의 불과했으니까.

 

숙소창가에 앉아 밖을 본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진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기분은 창밖에 떨어지는 빗물과 함께 시원하게 쓸려내려간다. 축축해진 날씨는 마음을 차분하게 눌러준다. 하얗게 낀 안개 속에 복잡했던 머리 속은 단순해 진다.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밖으로 나가본다. 안쓰러웠는지 숙소 호스트께서 드라이브를 시켜준다고 한다. 안덕면은 수국으로 유명한 곳이다. 자고로 식물은 비가 와야 색을 더 발하는 법. 고마운 마음에 차에 동승해 빗속을 뚫고 달려본다. 잔뜩 낀 안개로 인해 가는 길은 마치 시크릿가든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5분 후 도착한 수국꽃길.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의 행렬로 번잡했을 이 곳. 비 덕분에 차분하게 꽃을 감상해 본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형형색색 파스텔 빛깔로 빗물을 머므근 수국은 탐스럽다.

 

 

비 오는 날의 바다도 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부탁을 해본다. 호스트는 차로 5분이면 간다며 흔쾌히 허락해 줬다. 비 오는 날은 본인도 할 일이 없다며 미안함을 닦아줬다.

 

비오는 날 제주 바다는 파랗고, 투명한 바다는 아니지만 말 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초록 들판 너머 펼쳐진 짙은 바다. 저 멀리 피어오른 해무가 오늘따라 푸근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비오는 바다를 끝으로 숙소로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눈부시게 푸른하늘. 속살까지 드러낸 투명한 바다. 동남아를 연상시키는 에메랄드빛 해변. 초록을 뿜어내는 숲. 내가 그려왔던 제주도이고, 운이 좋게고 그런 제주도를 봐왔다.

 

 

비가 오는 제주도는 처음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기분이 내려앉은 경험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비오는 제주도는 더욱 신비롭게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하루가 남았다. 당연히 비가 온단다. 내일은 조금 더 비오는 제주 속으로 들어가보려 한다. 산이나 숲으로 들어가 비를 한껏 머그믄 제주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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